지난해 폐기한 손상화폐, 높이만 롯데월드타워의 117배

입력 2020-01-15 16:48
지난해에 폐기된 손상화폐를 쌓는다면 높이가 얼마나 될까. 화폐를 세로로 세우는 게 아니라 낱개로 포개는 식으로 쌓으면 롯데월드타워(555m)를 훌쩍 넘어선다. 롯데월드타워 117개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것(64.9㎞)보다 0.3㎞ 더 올라간다.

한국은행은 15일 ‘2019년 중 손상화폐 폐기 및 교환규모’를 발표하고 “지난해 한은에서 폐기한 손상화폐는 2009년 이후로 10년 만에 최대 수준인 6억4000만장(액면가 4조35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6억3000만장(액면가 4조2613억원) 대비 1000만장(2.2%) 증가한 것이다. 폐기된 손상화폐는 한은이 창구에서 환수한 화폐 가운데 손상 정도가 심해 폐기한 은행권(지폐)과 주화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단위는 ‘장’으로 통일했다.

실제 지형지물에 비유하면 폐기된 손상화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피부에 와닿는다. 폐기된 화폐를 모두 치우려면 5t 트럭 114대가 필요하다. 낱장으로 포개어 쌓으면 높이가 65.2㎞다. 백두산(2.7㎞)을 24개 쌓은 높이(66㎞)와 견줄 정도다. 산악인에게 ‘꿈의 무대’인 에베레스트(8.8㎞)를 7번 정복했을 때 높이(61.9㎞)보다도 높다. 부피가 있는 주화를 제외하고 지폐만 쌓았는데도 이 정도다.

폐기된 지폐를 살펴보니 ‘세종대왕’이 가장 고생 많았다. 전체 폐기 물량 중 지폐는 6억1000만장(액면가 4조3516억원)이었는데, 1만원권이 3억3000만장으로 폐기 지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53.5%)을 차지했다. 1000원권(2억3000만장, 37.8%), 5000원권(4000만장, 6.7%), 5만원권(1000만장, 2.0%)이 뒤를 이었다.

주화는 2590만장(액면가 24억원)이 폐기됐다. 10원화(1110만장)가 폐기 주화의 42.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100원화(990만장, 38.2%), 50원화(260만장, 10.1%), 500원화(230만장, 8.8%) 순이었다.

손상 사유는 다양했다. 장판 밑에 눌리거나 습기 때문에 부패되는 등 보관 방법이 부적절한 경우가 6만600장이었다. 이밖에 화재(5만1700장),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2만1800장) 등이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