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마비 장애인, 보조장치 입고 마라톤 완주… 34시간 ‘신기록’

입력 2020-01-15 16:48
애덤 골리츠키. 연합뉴스

미국 남동부에서 열린 마라톤 경주에서 반신불수 30대 남성이 근 34시간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보조장치 완주 기록을 갈아치웠다.

13일(현지시간) CNN은 지난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찰스턴 마라톤에서 외골격 보장구 로봇을 착용하고 33시간50분22초 만에 완주한 33세 하지장애인 애덤 골리츠키의 사연을 보도했다. 외골격 보장구 로봇은 신경이 마비돼 걸을 수 없는 장애인에 장착해 근골격계 역할을 하는 일종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골리츠키는 이날 힘겹게 걸음을 내디디며 자원봉사자와 관중의 격려 속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이전 최고 기록인 36시간46분보다 약 3시간 먼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점을 들어 기네스 측에 새 기록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리츠키는 대학에 다니던 2005년 12월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사고 직후 의료진으로부터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10년 후 외골격 보장구 로봇을 착용해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이후 골리츠키는 2016년에 비영리단체 ‘나는 다리를 가졌다’를 세우고 장애인 삶의 질 개선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 ‘100만보 걸음 투어’라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마라톤 경주에 외골격 보장구를 착용한 채 참가해 총 100만보를 걷는 과제에 도전 중이다. 현재까지 그는 다양한 단축 마라톤에 47회 참가했으며 지난해 3월에 이어 풀코스 도전 두 번째 만에 완주에 성공했다.

이같은 골리츠키의 활약에는 아버지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라톤 도전 때마다 차를 몰며 교통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대회 시작 전에는 교통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는 서행으로 운전하면서 아들의 뒤를 따랐다. 이번 찰스턴 마라톤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대회 이틀 전인 밤 10시 30분 코스를 시작했다.

골리츠키는 “현재까지 47회 경기에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걸으며 보장구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체중이 실리는 손을 마사지하는 등 골리츠키의 도전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