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도 양극화”…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건강한 삶’ 11년 더 산다

입력 2020-01-15 16:46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6년 더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도 11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으면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 보고서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기대수명 및 건강수명을 비교했을 때 이같이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0세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인 ‘기대수명’의 경우 소득 상위 20%는 85.1세로 소득 하위 20%의 78.6세보다 6년 길었다.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도 소득 상위 20%는 72.2세로 소득 하위 20%(60.9세)보다 11년 더 길었다.

각종 질환의 대표적 위험요인 중 하나인 흡연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2017년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라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를 비교했을 때 양측의 현재 흡연율은 각각 15.9%, 26.0%였다. 고소득층의 건강관리 수준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우울감 경험률도 상위 20%는 9.1%인 데 반해 하위 20%는 배 가까이 되는 17.4%에 달했다.

정신건강과 삶의 질 수준을 보여주는 자살사망에서도 차이가 현격히 드러났다. 2015년 학력에 따른 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을 보면 65세 미만 남성 인구에서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은 10만명당 24.5명이 자살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는 약 7배 높은 10만명당 166.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5세 미만 여성 인구에서도 두 집단의 자살률은 10만명당 각각 12.0명, 97.0명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소득이나 학력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수준이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받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 질환을 늘리는 것에 대해 “건강 불평등은 의료보장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의료안전망이 실제 저소득층에 혜택을 주기엔 장벽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의 경우 2017년 급여 대상자는 148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4000명 줄었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은 만족시키지 못하고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기는 어려운 건강보험 ‘생계형 체납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또 시민건강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들은 평균 36.3회 체납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센터장은 “포용적 복지국가 전략이 의료보장 확대에 한정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사회적 보호와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