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브렉시트 인정? 英존슨 “EU와 무역협상 타결 연내 힘들 수도”

입력 2020-01-15 16:40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이 연내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협상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도 언급해 주목된다. 지난해 총선 당시 EU와의 무역협상 무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한 데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존슨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EU와의 무역협상에 대해 “협상을 마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매우 높다”고 강조하면서도 “상식이 무너질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파인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브렉시트의 발판을 마련했다.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간 영국 하원은 지난 9일 브렉시트 협정 법안을 찬성 330표, 반대 231표로 가결해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 만에 브렉시트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31일로 영국은 EU를 떠날 예정이다.

다만 영국과 EU 양측은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2020년 말까지 ‘이행기간’을 설정했다. 이 기간에 무역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1개월뿐이어서 2021년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존슨 총리는 이 같은 우려에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답해왔는데, 이번에는 다소 완화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새해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의 발언은 영국 산업계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영국과 EU가 무역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관세율이 높아지고 물품의 이동에 제한이 생겨 사실상 노딜브렉시트와 다를 바 없다.

한편 존슨 총리는 이날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트위터에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며 “추가적인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 권한 위임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했지만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존슨 총리는 “(2014년 투표가) 일생에 한 번 있는 투표”였다며 “또 다른 투표는 스코틀랜드가 지난 10년간 지켜본 정치적 정체를 지속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국민당(SNP)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영국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EU를 탈퇴하자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를 요구해왔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의사가 더 많았기 때문에 EU에 남도록 선택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SNP가 스코틀랜드 59개 지역구에서 무려 48석을 차지하면서 제2주민투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제2주민투표를 추진한 스터전 수반은 존슨 총리의 거부에 대해 “놀랍지 않다. 사실은 예상했었다”면서도 “반대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중앙정부도 스코틀랜드 국민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방해하고, 독립 주민투표를 위한 민주적 권한을 막으려는 것은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다음 단계를 제시할 것이며, 스코틀랜드 의회가 주민투표 개최를 또다시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터전 수반이 언급한 다음 단계는 소송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