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진압에 테이저건·그물총 검토…인권단체 반발

입력 2020-01-15 16:19 수정 2020-01-15 16:20

홍콩 경찰이 8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진압에 전기충격기(테이저건)와 그물총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인권단체는 “테이저건은 심장질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그동안 시위 진압에 사용하던 최루탄, 고무탄, 곤봉, 빈백 건(bean bag gun), 최루 스프레이 외에 테이저건과 그물총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충격기와 그물총의 성능을 비교하고 있다. 테이저건은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도입됐고, 그물총은 미국, 일본, 대만 경찰이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과정에서 피의자의 저항이 거셀수록 피의자와 경찰 모두 다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력 사용 수단을 다양화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그물총은 화염병을 던지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실탄을 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물총은 군중 속에서 특정 피의자를 가려 덮치기 쉽지 않아 테이저건 보다 도입 가능성이 낮다고 경찰 소식통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면서 최루탄 1만6000여 발, 고무탄 1만여 발, 빈백 건 2000여 발, 실탄 19발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린 11살 어린이를 포함해 7000명 가량의 시위 참여자가 체포됐다.

하지만 홍콩 인권단체는 테이저건 등을 사용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 홍콩인권감찰 관계자는 “이미 충분한 검거 수단을 갖춘 경찰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테이저건 사용은 만성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면 그 횟수라도 알 수 있지만, 테이저건은 맞는 사람의 고통을 체감하기 힘들다”며 “이는 경찰의 야만성을 감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체포 과정이나 구금 중에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최소 500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미국에서 테이저건 등은 최루 스프레이보다 강도가 더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테이저건을 맞은 사람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확률은 100만 명 중 1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