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한 지 한 달여만에 상원으로 넘어간다. 민주당은 탄핵안 상원 송부 표결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해 새로운 증거를 추가 공개했고, 공화당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폭살 사건으로 주춤했던 탄핵 전쟁이 다시 본격화되며 향후 양측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미 하원은 15일 탄핵안을 상원으로 송부하고 탄핵 소추위원을 지명하기 위한 표결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소추위원 명단은 표결 직전 공개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헌법은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며 “상원은 헌법과 은폐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상원 탄핵심판은 오는 21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해 “다음 주 화요일(21일) 심판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상원이 직접 심판을 주재한다. 헌재가 없는 미국 사회의 특성상 존 로버츠 주니어 연방대법원장이 상원 탄핵심판 재판장 역할을 수행한다. 하원 소추위원들은 검사 역할을 맡으며, 백악관 법률고문인 팻 시펄론 등이 트럼프의 변호사 역할을 맡게 된다. 상원의원들은 배심원으로 탄핵심판에 참여한다.
트럼프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민주당은 하원 법사위원회에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의 휴대전화 암호 메시지, 자필 메모, 이메일을 탄핵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르나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중심 인물인 루돌프 줄리아니의 측근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는 공식 외교 직책 없이 파르나스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비선 외교 특사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공화당은 현직 시절 우크라이나 사건에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해당 사안의 내막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설 것을 대비해 ‘헌터 바이든 소환’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터 바이든은 2014년 4월부터 5년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 임원으로 일하며 매달 8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트럼프 측은 그간 헌터의 부리스마 재직 시절인 2016년 빅토르 쇼킨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부리스마를 부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리자, 아버지 바이든이 나서 “쇼킨을 자르지 않으면 미국의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우크라이나를 위협해 그를 사임시켰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부자 의혹 재수사를 압박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쟁점이다. 공화당의 헌터 소환 카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해 바이든 측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핵심쟁점을 흐리려는 시도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소환하길 희망하는 증인들만 증언대에 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