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애들 키우고…제주 여자들 고단하다

입력 2020-01-15 15:35 수정 2020-01-15 17:35

제주 여성들의 하루가 얼마나 고단할지를 가늠케 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주는 전국에서 돈 버는 엄마가 가장 많은 지역인데, 가사를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자신을 위해 쓰는 돈도 남성보다 월 20만원 가량 적었다.

제주도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한 성평등정책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제주지역 거주자 1074명(도민 606명, 공무원 452명, 활동가 등 관계자 16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의식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제주 사회의 성평등 수준은 4점 만점에 2.29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 1순위는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만 9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구’(도민)에서 아이를 주로 돌보는 사람은 ‘엄마(79.6%)’로 나타났다. ‘아빠(4.1%)’는 ‘외조모·친조모(8.2%)’ ‘돌보는 사람 없음(5.1%)’보다 낮은 후순위에 그쳤다.

‘만 9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구’(도민)에서 ‘근무시간’은 여성(8.3시간)이 남성(9.3시간)보다 1시간 적었으나, ‘가사 시간’은 여성(2.5시간)이 남성(1.3시간)보다 2배가량 길었다. ‘자녀 돌봄 시간’도 여성(3.0시간)이 남성(1.7시간)보다 많았다.

반면 ‘만 9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가구’(도민)에서 ‘여가시간’은 남성(3.7시간)이 여성(2.4시간)보다 길었다. 또 응답자 전원 조사에서 ‘자신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월평균 금액’이 남성은 61.3만원, 여성은 41.1만원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여성은 가사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자신을 위한 투자는 남성보다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개선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는 1순위가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37.8%, 중복응답), 2순위가 ‘대중 매체의 성차별·편견·비하 문제’(20.1%)로 조사됐다.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를 선택한 비율은 여성(46.4%)이 남성(29.0%)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74명 중 유배우자 가구는 66.7%로 이 중 81.2%가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이는 2016년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전국 평균 맞벌이 비율(48.8%)보다 월등히 높다. 제주는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맞벌이 전국 1위 지역(제주 61.5%, 전국 평균 46.3%)으로 조사됐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은 “제주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의 과제가 여성들에게 더 짐 지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가족 구성원들이 가사를 동등하게 분담하고, 사회적 돌봄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제주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107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23일~8월 11일(설문조사)과 11월 1~17일(심층 면접) 이뤄졌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했으며, 문항은 성 역할 인식, 영역별 성 평등 실태, 성 평등 정책 수요 등 40여개로 이뤄졌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