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미국산 231조원 구매’ 합의…관세는 美대선까지 유지

입력 2020-01-15 15:22
AP뉴시스

미국이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에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갖는다.

중국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대규모 구매와 함께 지식재산권과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등에서 개혁을 하고, 미국은 대중 추가관세 철회 및 일부 제품의 기존 관세율을 낮추는 게 골자다.

양국은 일단 휴전 모드로 들어섰지만 1단계 합의에 새롭게 눈에 띄는 내용이 없는 데다 또 다른 난관인 2단계 협상이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가 계속 살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15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16일 오전 1시 30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한 서명식을 갖는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약 18개월 만이다. 1단계 합의문은 86쪽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명식 전날 밤 만찬을 하고 그 후에 오찬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명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은 4개 부문에서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231조7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등을 구매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산 공산품 750억 달러, 에너지 500억 달러, 농산물 400억 달러, 서비스 350억∼400억 달러로 구매 목표가 설정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구매 합의가 공산품 800억 달러, 에너지 500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서비스 350억 달러 규모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합의문에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항공기, 농기계, 의료장비, 반도체 등이 미국산 공산품 구매 품목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이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는 ‘이행강제 메커니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90일 이내에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고, 중국 측은 이에 보복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금지, 금융 서비스, 환율, 중국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 등 폭넓은 내용이 1단계 합의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고, 12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기존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며, 최소 오는 11월 대선까지는 기존 관세는 변동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세 추가 인하는 앞으로 최소 10개월간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를 지켜본 뒤 논의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BC 방송도 “대중 관세는 2020년 대선 기간 내내 유지될 것”이라며 “미·중 합의사항에 추가적인 관세 인하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1단계 무역 합의가 시행되더라도 370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또는 7.5% 관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체들은 1단계 합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를 내놓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5일 논평에서 “중국과 미국은 먼 길을 돌아 1단계 합의에 다다랐다”면서 “미국이 지난 2년간 중국을 무차별 압박했지만, 1단계 합의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중미 무역관계가 이제야 정상 궤도로 돌아가려 한다”며 “이 길에는 많은 도전이 있고, 아직 무역전쟁의 여러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앞두고 미국산 닭발의 수입을 승인하는 등 유화 제스처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상하이 세관이 전날 미국산 닭발 23.94t의 검사를 마치고 통관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2015년 미국의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에 대응해 미국의 모든 가금류 수입을 금지한 지 5년만이다.

미국 닭고기 업체인 샌더슨 팜스는 지난달 닭발을 실은 첫 번째 컨테이너를 중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