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타에 블랙리스트… 작심한 PGA 슬로플레이 제재 강화

입력 2020-01-15 15:16 수정 2020-01-15 15:29
브라이슨 디샘보. AP뉴시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슬로 플레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PGA 투어는 15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실은 기사에서 “슬로 플레이 정책 개선안이 RBC 헤리티지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벌금액이 상향되고 벌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PGA 전속 기자인 캐머런 모리핏에 의해 작성됐다. 성명 형태의 발표문은 아니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PG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개선안의 시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개선안의 첫 시행 대회로 지목된 RBC 헤리티지는 오는 4월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에서 개막한다.

개선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벌타 강화와 블랙리스트 작성이다. 기존의 슬로 플레이 정책은 샷·퍼트를 120초 이상 지연하는 행위를 두 차례 적발된 선수에게 1벌타를 부과하는 범위를 ‘한 번의 라운드’로 제한했다.

개선안에서는 그 범위가 ‘한 번의 대회’로 확대될 수 있다. 시간 지연을 한 차례 지적당해도 18홀을 완주해 라운드를 끝내면 사라졌던 ‘경고’가 대회를 끝낼 때까지 유지되는 셈이다. 벌금은 현행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상향된다.

상습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선수의 경우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 특별 관리 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이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브라이슨 디샘보(미국)가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에서 퍼팅에 2분 이상을 소요한 장면이 SNS로 유포돼 세계 골프팬들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기존의 슬로 플레이 정책은 벌타 적용 사례가 희박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간 지연 행위는 동료 선수의 경기력은 물론, 갤러리의 관전이나 중계방송 진행에 악영향을 끼친다. 당연히 경기의 긴장감도 떨어뜨린다.

슬로 플레이는 PGA 투어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타일러 데니스 PGA 투어 운영 책임자는 “시간 지연이 예절에서 어긋나고 경기에도 방해가 된다”며 개선안 시행을 기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