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정부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승국면이었던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에 가까워 실제 세입자들이 전셋값 하락을 체감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15일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5.1%로 최고점을 찍은 뒤 3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6.5%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3년 4월 56.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광진·마포·성동·동작·서초·송파·영등포구 등 서울 시내 7개 자치구는 통계작성(2013년 4월) 이후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낮다고 아파트 전세가격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상태에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전세가율도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전세가격이 보합상태인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결국 서울 집값이 전세가격 상승과는 비할 수 없이 뛰었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전세가격 하락안정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많이 하락한 곳, 다시 말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매매가와 전세가의 가격 격차만 크게 벌어진 상황은 실거래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 용산구 도원동 삼성래미안 전용 59㎡는 지난해 1월 매매가 8억500만원, 전세가 4억원 수준으로 매매가-전세가 차이가 4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12월에는 매매가가 9억5000만원까지 치솟았고 전세가는 1000만원 오른 4억1000만원에 그쳐 상호 격차가 4억에서 5억4000만원으로 벌어졌다.
전세가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강동구에 위치한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9㎡는 지난해 1월 매매가가 9억8000만원에 전세가 5억5000만원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4억3000만원 차이였다. 이후 연말 매매가가 13억5000만원까지 치솟아 전세가(6억1000만원)와의 격차가 7억4000만원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전세가율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 집 마련의 기회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