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등장한 후기를 두고 네티즌들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문자가 ‘냄새가 난다’는 평가와 함께 음식을 쓰레기봉투에 부어버리는 사진을 올린 것인데, 여기에 업주의 사과문이 추가되면서 이 상황을 해석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글은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후기를 작성한 A씨는 업주 B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곱창과 닭발, 볶음밥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같은 글을 올린다.
“곱창, 닭발, 볶음밥 시켜서 먹었습니다. 양념 맛도 좋고 닭발도 좋고 한데 아쉽게도 곱창은 누린내가 나서 못 먹겠습니다. 그래서 닭발만 골라서 먹고 곱창은 다 버렸습니다.”
이어 A씨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미역국에 대한 글도 덧붙였다. 그는 “미역국은 안 주시는 게 욕 안 먹는다”고 썼다.
문제가 된 건 글과 함께 올린 여러 장의 사진이다. A씨는 모든 음식을 식탁에 줄지어 놓은 사진과 미역국을 확대해 찍은 사진, 그리고 ‘악평’한 곱창을 모두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사진을 올렸다.
특히 곱창 사진에는 포장 용기를 손에 쥔 채 쓰레기봉투에 남김없이 부어버리는 세세한 과정이 세장에 걸쳐 모두 담겨 있었다. 버려진 곱창은 처음 배달돼 온 양과 거의 같았다.
이후 해당 후기에는 업주 B씨가 남긴 장문의 사과 댓글이 달렸다. B씨는 “먼저 맛있는 식사를 못 드신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며 “이 후기를 보고 어제는 조금 생각이 깊어져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냄새가 난다는 글에 보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가 다시 구워서 집사람과 먹어봤고, 아침마다 아내가 새로 끓이는 미역국도 먹어봤다”며 “곱창은 냄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음식이기에 한 번 삶고 초벌하고 연탄불에 굽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잡내 안 나고 불향 좋다는 손님들 글에 자부심 느끼면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오십대 후반에 직장 퇴직 후 집사람과 사활을 걸고 하는 가게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 분 한 분 정성으로 조리해 보내드리는데 마음이 참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B씨는 “오픈한 지 3개월째.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었지만 음식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사진을 보니 오늘은 마음이 무너져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손님도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쓰레기로 버리는 사진을 올리셨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찢기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다잡고 우리 손님들과 가족들, 손주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보겠다.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평가와 B씨의 사과문을 함께 접한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조언으로 보자”는 입장과 “악성 후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A씨가 올린 쓰레기봉투 사진이 자극적임을 인정하면서도 “음식을 맛본 뒤 솔직한 후기를 올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업주가 부족한 점을 고치게 된다면 후기로써의 순기능을 충분히 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반대 입장을 가진 네티즌들은 쓰레기봉투 사진을 지적하며 “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비난이 아닌 비판을 위한 후기였다면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사장님만 보이는 리뷰’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다”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해 작정한 글 같다” “좋은 말로도 충분히 지적할 수 있었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상처가 될 수 있는 후기에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한 B씨에 대한 응원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맛없다는 후기에 오히려 화를 내며 고객을 비난하는 업주도 많은데, 음식을 다시 먹어보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며 “이번 일이 앞으로 장사하시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