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가 보수단체의 민원을 받아들여 재설치한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이 또 훼손됐다.
15일 중구 등에 따르면 동성로 한 쇼핑몰 옆 골목길(삼덕동)에 설치된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2개에서 불로 지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또 표지판을 고정하는 나사 일부도 떨어져 나갔다.
새 표지판은 생가터 안내판이 훼손돼 철거된 후 3년 만에 재설치된 것이다. 앞서 철거되기 전 안내판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을 기념해 중구가 설치한 것이다. 가로 70㎝, 세로 240㎝ 크기로 박 전 대통령이 꽃다발을 든 채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과 생가터를 소개하는 글이 함께 담겨 있었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안내판을 훼손한 후 바로 철거됐다.
새 표지판은 2개로 지난해 10월 설치했는데 가로 20㎝, 세로 60㎝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는 문구가 영문표기와 함께 적혀 있다. 보수단체의 민원과 1인 시위 등이 이어지자 중구가 설치한 것이다.
중구는 새 표지판이 다시 훼손된데다가 이번에는 표지판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어 곤란한 상황이다. 중구 관계자는 “철거 등은 현재 시점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