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재심 이례적… 윤씨 보상금 최소 25억”

입력 2020-01-15 11:12

법조인들이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진범을 명백히 밝히고, 무고한 피해자가 생겼다면 알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YTN에 출연해 “이춘재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법원이 재심 결정을 내렸다”며 “과거사 사건이 아니고 형사사건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한 재심이 14일 결정됐다.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초등생 박모(당시 1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화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던 살인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했으나 모방 범죄로 밝혀져 이듬해 범인이 검거됐다. 윤모씨는 이 사건으로 20년을 감옥에서 살고 2009년 출소했다. 이춘재는 해당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경찰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삼 변호사는 “(재심 결정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형사사건은 재심 개시 결정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무죄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야 되고 명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번째 주목할 점은 굉장히 신속하게 내려졌다”며 “형사사건은 경우에 따라 3년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춘재 자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진술 자체를 보면 진범이 이춘재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고 이것이 곧 명백한 증거가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이 위조되는 등의 문제도 밝혀져 이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승 위원은 “이춘재 자백증거의 명백성이 인정돼 재심 개시 결정이 났다”며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 윤씨가 범인이 아니고 이춘재가 범인인지 확인하는 재판이 이뤄질 것이다. 경찰의 가혹행위, 증거의 오류가 있었다면 밝혀서 이춘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3월부터 정식 재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 진술이 제일 중요하다. 법정에 이춘재가 나와서 ‘내가 진범이다’라는 얘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만으로도 무죄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자백하게 된 경위와 경찰과 검찰에서 법을 위반한 부분, 국과수 감정 의혹 등에 대한 심문을 마친 다음 법원에서 무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승 위원은 두 가지 과제를 언급했다. 윤씨에 대한 보상과 이춘재 같은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다. 그는 “(윤씨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20년 (했다). 무기징역을 받고 20년 만에 가석방이 됐다.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을 국가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굉장히 중요하다”며 “또 이춘재는 그 많은 사건을 저질러놓고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처벌받지 못한다.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잔혹하고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일으켰던 사람인데 공소시효 때문에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 못한다. 지금은 못한다 할지라도 앞으로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사법당국과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윤씨의 무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형사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최저임금 5배 상당의 범위 내에서 청구할 수 있다”며 “복역한 기간이 19년6개월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17억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형사보상금은 따로 청구할 수 있다.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국가를 상대로 불법 행위에 의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금액은 정신적 위자료가 될 것”이라며 “기간이 길어서 이자 금액이 클 것이다. 최하 25억 아니면 30~40억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해서 20년 동안의 잃어버린 인생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