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진단… 간편·저렴한 센서 개발

입력 2020-01-15 11:06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 이 센서는 88%의 정확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 검사방식보다 저렴하고 간편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박찬범·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이 피 한 방울로 중증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센서 모식도. KAIST 제공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자에게 주로 생긴다. 현재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확실한 원인과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의 알츠하이머 진단 방식은 양전자 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진단(MRI)을 이용했지만 가격이 비싸 저렴하면서도 정확한 진단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센서는 기존 센서보다 측정 방식이 간편하고 제작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랭뮤어 블로젯 기술’(용액 위에 떠 있는 나노입자를 표면 압력을 조절해 원하는 배열로 단층 제작하는 기법)을 이용해 고밀도로 탄소나노튜브를 정렬한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인 원기둥 모양의 탄소 소재이다. 탄소나노튜브는 무작위로 방향성을 가질 때보다 정렬할 때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분석물 측정의 민감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개발된 센서는 기존 탄소나노튜브 기반 바이오센서 대비 100배 이상의 민감도를 보였다.

새로 개발된 센서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물학적 지표)인 베타-아밀로이드 42, 베타-아밀로이드 40, 총-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 등 4가지 종류의 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이 센서를 이용해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 샘플을 비교해 4종의 바이오마커 농도를 측정한 결과 민감도는 90%, 정확도는 88.6%를 보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의 민감도와 정확도. KAIST 제공

다만 치매 전 단계에서의 진단 가능성은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다.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미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정된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진단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코호트(특정인구집단)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