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2019-2020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으로 진출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은 ‘에이스’ 해리 케인의 부상 공백 속에서 2부 리그 미들즈브러와 재경기에서 한 골 차 신승을 거둬 가까스로 생명력을 이어갔다. 이 틈에 손흥민(토트넘)은 후반전에 교체 출전해 30분가량을 뛰었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미들즈브러를 불러 가진 FA컵 64강 재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지난 5일 미들즈브러 원정을 떠난 본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끝났고, 홈경기로 바뀐 재경기에서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재경기에 앞서 확정된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대진표에 먼저 선착한 사우스햄튼과 오는 26일 오전 0시에 원정경기로 32강전을 갖는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팀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손흥민, 델리 알리와 같은 주력 선수를 뺀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케인의 공백에서 토트넘의 공격진은 루카스 모우라, 에릭 라멜라, 지오바니 로 셀소 위주로 구성됐다.
로 셀소가 무리뉴 감독의 신뢰에 가장 먼저 화답했다. 미들즈브러 진영 오른쪽에 있던 로 셀소는 상대 골키퍼 토머스 메히아스의 패스미스를 가로채 페널티박스 안으로 질주한 뒤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분 만에 터뜨린 선제골이었다.
안방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기선을 제압한 토트넘은 기세를 탔다. 곧 추가골을 터뜨렸다. 라멜라는 전반 15분 미들즈브러 진영 한복판에서 경합한 공을 낚아채 골문 앞까지 드리블로 돌파한 뒤 왼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에 찔러 넣었다. 미들즈브러는 공을 미숙하게 처리하고 방어벽까지 무너지면서 토트넘에 두 골을 헌납했다.
대승을 낚을 것만 같았던 토트넘은 그 이후부터 골러시를 이어가지 못했다. 후반전부터는 미들즈브러의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무리뉴 감독은 분위기를 바꿀 비책으로 후반 15분에 첫 교체 카드를 썼다. 바로 손흥민이었다. 모우라를 대신해 들어간 손흥민은 토트넘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케인이 없는 토트넘의 공격은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결국 후반전 득점은 미들즈브러의 몫이 됐다. 미들즈브러는 후반 37분 조지 사빌레가 하프라인을 넘어 길게 들어온 패스를 받아 토트넘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까지 질주한 뒤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무리뉴 감독은 3분 뒤 에릭 다이어를 빼고 알리를 투입했다. 방어를 통한 굳히기보다 한 골을 더 넣어 달아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토트넘과 미들즈브러 모두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이겼지만 웃을 상황은 아니다. 케인의 장기 공백으로 체력을 아껴야 하는 손흥민, 알리 같은 무리뉴 감독의 ‘주포’들은 당초 예정되지 않았던 재경기에서 많게는 30분까지 뛰며 힘만 빼고 말았다. 토트넘은 당장 사흘 뒤 왓포드와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원정을 떠나야 한다. 공격진의 체력을 안배해야 하는 무리뉴 감독의 머릿속은 갈수록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케인의 복귀는 시즌 종반인 4월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케인의 왼쪽 햄스트링 수술 소식을 전하면서 “4월이 돼야 훈련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케인이 다음 시즌 초반인 8월까지 재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스포츠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결승골을 넣은 라멜라에게 8.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선제골의 주인공인 로 셀소에게 7.9점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후반전 교체 투입으로 적게 뛴 손흥민은 활약 시간에 비해 무난한 6.4점을 받았다. 경기 막판에 투입돼 5분가량을 소화한 알리의 평점은 6.3점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