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폭언하는 녹취록은 이 센터장이 4~5년 전 직접 녹음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4~5년 전 이 센터장이 직접 녹음한 파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두 사람이 어떤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무슨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녹취록이 4~5년 전에 나온 것이라 지난달 15일부터 이 센터장이 훈련차 병원을 비운 것은 이 사건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MBC는 13일 유 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를 보도했다. 유 원장은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라고 말했고 이 센터장은 힘 없이 “그런게 아니다”는 답만 내놨다. 이런 상황은 이 센터장이 닥터헬기를 비롯한 권역외상센터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에 항의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귀순 북한 병사 오창성씨를 살리며 환자를 생각하는 진짜 의사라는 평을 받던 인물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인력문제나 닥터헬기, 병상 문제를 지적해왔다.
유 원장을 포함한 병원 윗선은 닥터헬기 운항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 민원을 이유로 외상센터 인력 충원 등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의료원 측은 “사방이 개방된 옥상 헬기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음 민원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병원장으로서 민원을 줄이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힌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양측은 아주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된 2013년 무렵부터 마찰을 빚었다. 아주대병원은 2010년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로 지정된 뒤 3년 만에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다만 권역외상센터의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이 센터장이 관여하자 아주대 측과 긴장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갈등은 지난해 8월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인근 주민이 소음 문제를 제기해 갈등은 심해졌다. 이 센터장은 이럴 거면 애초에 왜 닥터헬기를 도입했느냐는 입장이고, 병원 측은 민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맞섰다.
이후 이 센터장이 2017년 11월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살려내자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간호인력 60여 명의 1년 치 인건비를 지원했다. 아주대 측은 이 예산으로 36명만 추가 채용하자 나머지 예산을 두고 대립했다. 이 센터장은 지원금 모두를 인력 채용에 사용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아주대가 애초 계획된 60여 명 중 일부만 증원해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대 측은 “36명만 채용해도 복지부가 정하는 최고 등급을 충족해 그 이상 채용할 필요가 없었다”며 “남은 예산은 기존 간호인력 인건비로 사용해 전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오래된 갈등이 이번에 폭발한 것은 부족한 병상 문제에 바이패스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역외상센터와 본관 모두 병상이 부족하다.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집중치료병상이 확보돼야만 환자를 받을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 현재 센터의 집중치료병상이 다 차면 본관의 집중치료병상을 사용하고 있다. 모두 다 찬 경우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 이를 바이패스라고 한다. 병상이 부족하니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119에 통보해 다른 곳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는 조치다.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는 2017년 11건, 이듬해 53건, 지난해 57건의 바이패스가 이뤄졌다. 이 센터장은 본관에서 권역외상센터 환자를 더 수용해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아주대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