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병원 수뇌부들과 불화설이 제기돼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욕설 파문에 이어 이번엔 병실 미배정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교수는 한숨을 쉬며 “병실이 본관에 줄줄이 있는데도 안 줘서 센터를 한 달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MBC는 아주대병원 측이 본관에 병실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상욱 병원장과 부원장 등 수뇌부의 지시로 외상 센터에 병상을 내주지 않아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병원 원무팀 직원들의 대화 녹취록을 14일 공개했다.
“환자가 당장 죽어가게 됐고 수술도 못받고 그러면 큰일나지 않냐”는 한 직원의 말에 원무팀 관계자는 “병원장님이나 진료부원장님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푸세요”라고 답했다. 이 직원은 또 “25일 날 그때 회의를 했고, 그때 말씀 또 하셨다. 25일 날”이라고 말했다.
입원 병실이 없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나는 인정한다. 인정하는데 병원장님이 그렇게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무팀 직원은 “외상병동이 부족해서 본병동 들어오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정이 안 되는 걸로 말씀하셔서 저희도 참 갑갑합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병원장은 한상욱 원장이다. 유 의료원장은 병원과 의대, 간호대, 연구원 전체를 이끄는 1인자인 반면 한 병원장은 의료원 산하에 가장 큰 기관인 아주대병원을 이끄는 2인자다.
2016년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열자 얼마 후 아주대병원 원무팀 사무실엔 외상센터 교수들의 이름을 명시해놓고 ‘본관 병실 배정은 원칙적으로 불가’라는 ‘병원장’의 지시사항을 담은 메모가 나붙었다. 외상센터가 꽉 차더라도 본관 병동 입원실은 내주지 말라는 뜻이다.
응급처치가 끝난 환자들은 외상센터 내 입원실로 옮겨진다. 이곳엔 100개의 병상이 있다. 이 병상이 꽉 찼을 땐 본관 병동의 입원실을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 본관 배정이 막히면 위급한 환자가 실려와도 수용할 수 없다. 이 경우 외상센터가 사실상 문을 닫는 상태가 돼버린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작년에도 한 달을 가동 못했다. 한 달을...”이라고 말했다. 병실이 없어서 그런 것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아니다”라며 “병실은 저기(본관에) 줄줄이 있는데 안 줘서”라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판을 분석한 결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환자를 수용할 수 없었던 ‘바이패스' 상태는 무려 57번 발생했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820시간, 34일이 넘는다.
특히 ‘바이패스'가 잦았던 10월과 11월 두 달을 살펴보니 아주대병원 본관 건물에는 평균 118 병상 내외의 여유가 있었다. 같은 기간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려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 했던 환자는 100명에 육박했다.
외상환자는 수술비용이 많이 들고 입원기간도 길지만 의료수가는 낮아 병원에 재정적 부담을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회계연도 자료로 수행한 원가분석에 따르면 외상환자를 기준으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원가는 354억원, 수익은 295억원으로 약 5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60억 원 대로 늘어 적자가 큰 상황은 아닐 수 있다. 2018년 아주대병원의 의료수익, 즉 매출은 5600억 원. 그중 600억 원이 이익으로 남았다.
아주대의료원 측은 “다른 진료과들도 입원실이 필요한데 외상센터에만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어려웠으며, 특히 병실이 부족했던 본관 리모델링 공사기간 동안만 제약을 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MBC는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