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고발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진 무죄

입력 2020-01-15 01:01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활동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이창열)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 구본창(56)씨 등에 대해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제보자 A(33)씨에 대해서는 SNS 상에 아내의 인적사항과 함께 욕설을 게재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번 심리는 배심원 7명이 전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가 부모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면서 이들을 비하하거나 악의적인 공격을 하는 등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들 역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관심사안이 되면서 스스로 명예훼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이트에 부모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급을 촉구한 것이므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일부 사적 동기가 있더라도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반대로 A씨가 인스타그램에 아내의 인적사항을 게재하고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 SNS에 사이트 링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해 욕설을 한 행위는 사용자들에게 피해자의 인적정보를 확인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SNS에 욕설을 하며 게시물을 올린 행위가 다수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배심원단은 2시간 넘게 진행된 평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50만원으로 결정을 내렸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장장 1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당초 수원지검은 이 사건에 대해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가 ‘사정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