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아레나가 10년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결승전 현장으로 변했다.
신규 e스포츠 대회 ‘더 e스포츠 나이트(TEN)’가 첫 회차를 맞아 14일 서울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SKT 대(對) KT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리매치’를 열었다. 10여 년 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 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펼쳐졌던 2010/2011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결승전을 재현했다.
2011년에는 KT가 4대 3으로 이겼다. 이날도 이영호(테란), 박정석(프로토스), 김성대, 고강민(이상 저그)로 팀을 꾸린 KT가 김택용, 도재욱(이상 프로토스), 어윤수, 박태민(이상 저그) 라인업으로 나선 SKT에 세트스코어 4대 1 승리를 거뒀다.
KT는 이지훈 현 젠지 단장이, SKT는 박용운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1경기에선 김성대와 김택용이, 2경기에선 이영호와 도재욱이 맞붙었다. KT가 연달아 이겼다. 3경기에서 어윤수가 고강민을 잡아 SKT에 첫 승점을 선물했지만, 4경기에서 박정석이 박태민을 꺾으면서 다시 KT가 3대 1로 달아났다.
이날의 승패와 상관없이 5경기 에이스 결정전이 이어졌다. 많은 관람객들이 예상했던 대로 이영호 대 김택용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전장은 ‘국민맵’ 서킷 브레이커였다. ‘아프리카TV 스타리그(ASL)’ 등 실전 무대를 통해 꾸준히 기량을 유지해온 이영호의 손끝이 더 기민했다. 이영호가 메카닉 전략으로 김택용의 GG를 받아냈다.
넥슨 아레나가 모처럼 만에 350여 명의 스타크래프트 팬으로 가득 찼다. 10년 전의 향수를 만끽하기 위해 퇴근 후 강남 한복판으로 달려온 넥타이 부대가 주를 이뤘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 개인방송 플랫폼을 통해 참가 선수들과 밀접해진 10·20세대 팬들도 적지 않았다.
선수들의 실력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어딘가 어설펐다. 뮤탈리스크는 허둥댔고, 드래곤은 뒤뚱거렸다. 과거에 선보였던 컴퓨터 같은 컨트롤 능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관람객들은 청춘을 함께했던 노장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회는 패자 없이 마무리됐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