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과학기술·의약 등 신종범죄 대응수사는 어쩌나

입력 2020-01-14 18:33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법무부는 직접수사를 줄이고 민생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지만,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신종범죄 대응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법무부 직제 개편안에 포함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폐지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변호사는 “합수단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민생과 직결되는 부서”라며 “결국 피해는 서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고 빠지기’ 식으로 진행되는 주가조작 등은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처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유관기관 인력을 파견받아 설립됐다. 중요 사건은 금감원 조사 없이 즉시 수사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건들이 신속하게 처리될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실세 등이 연루될 수 있는 금융범죄 수사를 무력화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중요사건 수사의 연속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수사 전문성을 이유로 문재인정부가 신설한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2017년 경북 포항지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전문가 의견 수집, 분석 등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사안으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담당해 온 탈세·관세, 불법외국환거래 사건 등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이번에 폐지된다.

한편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는 이날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썼다. 그는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검찰개혁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며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니“고 물었다.

김 교수는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며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