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도, 계산대도 없는 매장… 편의점선 곧 현실된다

입력 2020-01-15 07:00 수정 2020-01-15 07:00
고객들이 서울 중구 GS25 을지스마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GS25 제공

유통업계에 인건비 절감과 야간 매장 운영 등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형태의 무인매장이 실험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매장 ‘아마존고’를 본 따 매장에서 제품만 들고나와도 계산이 되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능도 실험 중이다.

편의점 GS25는 미국 아마존이 실험 중인 무인 계산 매장 ‘아마존고’처럼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편의점 GS25 을지스마트점을 개점했다고 14일 밝혔다.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BC카드 본사 20층 직원 휴게 공간에 구현한 매장이다.

개점 첫날인 이날 을지스마트점은 아직 한산했다. 제품을 구매하려는 직원보다 매장을 둘러보려는 취재진과 관계자가 더 많았다. BC카드 사원증을 목에 맨 한 고객이 출입구에 ‘BC카드 페이북 QR코드’를 인식시키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20㎡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동선이 얽혔지만 간식거리 대여섯 개를 골라 매장을 떠날 때까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고객은 줄을 서거나 일회용 비닐봉지 구매 여부에 답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전에 아예 고객을 응대할 점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천장에 붙은 34개의 카메라와 매대에 설치된 센서가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파악해 자동으로 모바일 영수증을 발송했다. 결제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BC카드가 만든 결제 시스템이다. 기자는 이날 BC카드가 없어서 물건을 구매해보지 못하고 매장을 나왔다.

출입구에는 ‘매장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품 전달금지’ ‘떨어진 상품, 미구매 상품은 원위치에 놓기’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었다. 물건 구매 상황을 카메라와 무게 센서로 확인하는데 이 경우 구매자와 제품 정보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을지스마트점은 같은 건물에서 운영되는 GS25 매장의 자(子)점이다. 모(母)점 운영 점주는 판매 상황을 전산으로 지켜보다가 매대의 물건이 완전히 동나면 제품을 다시 채워넣을 수 있다. 무인매장이 추가출점할 경우 이처럼 여러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고층 건물에 입주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이같은 무인매장 실험에 적극적이다. 혁신보다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매장운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GS25 관계자는 “무인편의점 확대 자체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다. 가맹점의 인력 운영 효율화가 목표다”며 “지금은 야간에 문 닫는 점포가 적지 않은데 이런 매장이 상용화되면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마트24도 지난해 9월 GS25보다 먼저 경기 김포시에 한국형 아마존고를 표방한 무인 매장을 열었다. 이마트24의 무인결제도 자사 간편 결제 시스템인 ‘SSG페이’를 이용하고 있다. 더 기본적인 형태의 무인결제는 이미 보급단계다. 편의점 CU는 ‘CU 바이셀프’ 애플리케이션과 신한카드 간편결제 ‘신한payFAN’을 결합한 무인결제 서비스를 전국 70곳에서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는 아직 많다. 국내 편의점들이 모델로 삼은 아마존고는 미국 내에서 간편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매장 내에 현금 결제 전용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무인매장 시스템도 확장성이 관건이다. 간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면 저스트워크아웃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신원확인이 안돼 술이나 담배를 구매할 수 없고, 일회용 비닐봉지조차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