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한 어린이 27명의 감동적 ‘완치 축하’ 잔치

입력 2020-01-14 15:17 수정 2020-01-14 17:06

지난 7일 화순전남대병원 대강당에서는 답답한 병실에 갇혀 지내온 환아와 가족들이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새해 벽두 암전문 진료기관으로 정평이 난 이 병원에서 ‘완치메달’을 주고 받는 감동적 행사가 열린 것이다.

병원 측은 이날 소아암과 백혈병, 희귀질환을 앓아온 어린이 27명에게 메달을 전달하고 질환극복을 축하했다. 완치메달 수여식에는 그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아 질환을 이겨낸 어린이와 가족, 이들을 돌봐온 의료진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신명근 원장대행과 국훈 전 전남대어린이병원장, 최원식 화순교육지원청 교육장, 최영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장, 김정주 사단법인 사랑을 맺는 해피트리 이사 등이 참석해 완치 환아와 가족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날 19번째 열린 수여식은 ‘소아암 백혈병 희귀질환 완치잔치’로 명명됐다. 1시간여 동안 치러진 수여식은 인사말과 사례발표 후원·장학금 전달, 완치자 메달수여, 장기자랑, 위문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아온 음악영재 양모(13)군의 아버지가 발표한 치료 사례담이 수여식의 백미였다.

아버지 양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는 국내 각종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20여회나 입상하는 음악영재로 통했다”며 “백혈병을 떨쳐낸 아들이 다시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단법인 ‘사랑을 맺는 해피트리’는 양군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완치를 축하했다.

선천성 희귀질환인 ‘다이아몬드 블랙판 빈혈’ 완치판정을 받은 전모(13)양은 “정성스럽게 보살펴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준 의료진과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원내 ‘여미사랑병원학교’에서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교과수업도 계속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행사에 참석한 다른 어린이와 부모들도 “이제 학교로 복귀해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수업도 받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됐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풍선아트와 마술 공연 등도 곁들여졌다. 완치 환아인 류모(5)군의 태권도시범, 정모(5)양의 댄스 등 흥겨운 축하무대도 이어졌다.

이밖에 화순교육지원청에서 환아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백일장 시상과 행운권 추첨을 통해 축하선물을 나눴다.

지난 2004년 개원한 화순전남대병원은 그동안 소아암 백혈병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900여명의 환아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600여명을 완치시켰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소아암 환경보건센터, 호남권 희귀질환센터에서해 어린이 질환 연구에 힘쓰고 있다.

병원 측은 특히 입원 치료로 학교수업을 받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여미사랑 병원학교’도 운영해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장기간 입원치료로 장기간 학교수업을 빼먹게 된 어린이들은 각종 치유프로그램과 함께 부족한 교과수업을 채우고 있다. ‘여미’는 화순의 옛 지명이다.

신명근 원장직무대행은 “매년 새해 완치판정이 내려진 소아암 환아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축하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며 “투병 중인 암환자 치유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