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씨트립이 우회적인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게시했다가 불과 몇 시간만에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한·중 관계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행 한한령(限韓令)’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행사가 눈치보기를 하기 때문으로보인다.
14일 중국 관광업계에 따르면 씨트립은 이날 오전 태국을 거쳐 한국까지 여행을 하는 4박 5일짜리 단체 관광 상품을 내놨다. 방콕을 거쳐 서울에서 남산골 한옥마을, 면세점 방문 등 단체 관광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상품이 게시되자 여행업계에선 태국을 경유지로 끼워 넣은 사실상의 한국 단체 관광 상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중국인들이 해외여행 시 이용하는 씨트립 등 온라인 여행사는 한한령 탓에 한국 상품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태국을 거쳐가는 우회 루트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여전히 여행 상품 규제를 엄격히 하는지 정부와 시장의 반응을 떠보는 차원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한국 매체에서 해당 상품이 보도되자 부담을 느끼고 사이트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여행사 사이트의 국가 분류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태국을 경유지로 하는 상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사이트에서 사라졌다”며 “여행사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분위기이지만,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좋아지면 단체관광 규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트립은 2018년 11월에도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한국 매체들이 보도하자 해당 상품을 사이트에서 내린 바 있다.
당시 관광업계에서는 씨트립이 단체관광 상품을 팔기로 했고 당국도 허가했지만, 한한령 해제 신호탄으로 관심이 집중되자 황급히 상품을 삭제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중국의 한 국영 여행사도 지난주 한국 단체 관광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은 2018년 8월 상하이에 이어 장쑤성, 베이징, 산둥성, 후베이성, 충칭시 등 6개 성·직할시 지역에 오프라인을 통한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하지만 온라인 여행사에 한국 상품은 올릴 수 없고, 크루즈 여행과 전세기 운항 금지, 롯데 계열사 이용 제한 등 장벽이 남아있다.
최근에는 중국 선양에 본사를 둔 ‘이융탕’ 임직원 5000명이 인천을 방문하면서 한동안 끊겼던 인센티브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센티브 관광은 기업이 격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것으로 사드 갈등 이전에는 수천 명 단위의 인센티브 관광객이 한국에 몰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