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결정

입력 2020-01-14 11:13 수정 2020-01-14 15:15

법원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14일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모(52)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춘재의 진범 자백 진술이 여러 증거를 종합,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재심은 피고인 윤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연구원)의 감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고, 불법체포·감금 및 구타·가혹행위를 한 수사기관의 행위도 법원의 재심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재심 요건이 까다로워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이춘재의 자백을 비롯한 여러 증거가 확보돼 이례적으로 신속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 쌍방의 입증계획을 청취하고 재심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추리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어 3월에는 재심 공판기일을 열어 사건을 재심리할 계획이다.

현 재판부는 다음 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모두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정식 공판 진행은 새로 구성되는 재판부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재심 사유로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참여한 자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7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윤씨는 이춘재 범행 자백 이후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으로부터 의견 제시 요청을 받은 검찰은 이로부터 한 달 뒤 재심 개시 의견을 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