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세은] 나의 키다리 아저씨

입력 2020-01-14 09:53
임세은 공공정책연구원 부원장/경제평론가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아이유는 불법 사채업자에게 매를 맞거나, 도망 다니는 등의 장면이 유독 많았었다. 팬들은 드라마의 장면이긴 해도 마음 아파하고 작가를 비난하는 일까지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불법 사채업자에게 쫒기고 협박당하는 장면은 매우 익숙하다. 슬픈 것은 이러한 일들은 비단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뉴스에서 불법 추심 때문에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한다. 불법 대부를 이용한 이유는 천차만별 이지만, 대다수는 제도적 테두리 안의 금융을 이용하지 못함이다. 상업은행과 같은 제1금융은 말할 것도 없고, 제2금융을 비롯,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조차 최소한의 신용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결국 불법 사금융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꾸준하게 대부업의 최고금리 인하를 지속 해왔다. 최고 약49%였던 금리를 2019년 중순 기준 평균 18.6%로 낮췄고, 대부 이용자도 2015년 말 268만명에서 2019년 6월말 기준 200만명으로 점차 줄여가고 있다. 이는 대부업자 등의 영업축소와 더불어 정책서민금융의 지속적인 공급확대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최소한의 제도적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은 사막에서 단비를 만난 격이다.

그러나 대부업 시장이 축소되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정착됨에 따라 저 신용 서민층이 오히려 불법 사금융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반대의 우려도 있다. 이에 정부는 저신용 서민들을 위해 ‘햇살론’ 등을 출시해 지원하는 등 자금이용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민금융 공급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그리고 불법 사채 등 에 피해 입지 않도록 불건전 영업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불법 사금융을 엄정히 단속하는 한편, 사금융 피해자를 위한 각종 구제절차 등도 마련하고 있다. 지금의 정책과 지원들의 지속과 함께 저소득 자영업, 고령자, 청년 등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신용의 계층들을 위한 금융 정책 등도 세심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 소액의 부실채권들에 대해서도 소각절차 등을 마련해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건전한 경제 주체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희망을 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적어도 먹고 살기 힘들고, 살기 어려워서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고 말했다. 먹고 살 돈이 없어 대부를 이용하고, 이것이 다시 삶의 멍에가 되어 인생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디, 정부가 계획한 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금융 정책과 보호제도 등이 면밀히 잘 실현되어 빚 때문에, 돈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인생이 없어지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나를 도와줄 ‘키다리아저씨’는 바로 이 사회의 안전망이다.

임세은 공공정책연구원 부원장/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