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이란, 분명 살상 노려” 미사일로 폐허된 美기지 상황

입력 2020-01-14 08:12
이하 로이터 연합

이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새벽 1시30분경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향해 첫 미사일을 쐈다. 그보다 2시간여 전 이곳에 주둔하던 미군들은 무전도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 벙커로 몸을 숨겼다. 네이트 브라운(34) 공군 대위는 통신이 먹통될 벙커에 들어가기 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곧 미사일 폭격이 시작됐다. 비상 사이렌이 울렸고 대부분 불에 타 전소했다. 폭격 여파로 기지 곳곳에 큼직한 구덩이가 생겼다. 미군이 몸을 피했던 벙커 출입구도 거의 무너졌다. 장병들은 벙커 안에 있었지만 미사일이 떨어질 때마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느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미군들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CNN·NBC·ABC방송 등 외신도 일제히 폭격을 입은 공군기지를 취재했다.



CNN은 “기지를 방문하니 미사일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 수 있었다”며 “공격 몇 시간 전 대피하긴 했지만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지대공 방어 능력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사일 공격으로 생긴 구덩이 중 하나는 무인기 조종사 및 운용인력의 거처가 있는 곳이었다. 깊이가 2m, 직경이 3m 정도다. 구덩이 바깥 쪽으로 슬리퍼와 놀이용 카드, 군용 재킷이 놓여있었다. 이란이 미사일을 쏠 때 인명 살상을 노렸다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WP는 “미군은 인명 살상을 노리고 이란이 미사일을 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상자 0’을 염두에 둔 미사일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기지에 방문해 장병 10여 명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 계획이라기보다는 운 덕분이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의 팀 갤런드 중령은 “가능한 한 많은 사상자를 내려고 계획·조직된 공격”이라고 단언했다. 스테이시 콜먼 중령도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사진을 보면 현장은 처참하다. ‘사망자 0’이었지만 피해는 작지 않았다. 기지는 폐허가 된 수준이다. 검게 그을린 건물은 뼈대만 남은 채 전소했고 대부분 무너져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