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의 잇단 떼죽음… 한 달 전에도 머리 잘린 사체

입력 2020-01-14 07:26
제주 서귀포시 강정천 중상류에서 산탄총에 맞아 폐사한 천연기념물 원앙의 모습. 연합

천연기념물 원앙이 제주에서 엽총(산탄총)에 맞아 지난 10일 집단 폐사한 가운데 한 달 전에도 몸통이나 머리가 잘려나간 원앙 사체가 대거 발견됐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시간을 두고 벌어진 떼죽음의 사인은 각각 다른 것으로 보인다.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선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최근 원앙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엽총 맞은 원앙 사체들이 발견되기 전인 지난달 초부터 잘린 원앙 사체들을 봤다고 했다. 원앙이 많이 서식하던 강정천(도순천) 제2강정교 일대에서다.

강정마을 환경단체 ‘더조은 일강정’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는 머리만 잘린, 열흘 전에는 몸통까지 떨어진 사체가 발견됐다. 전깃줄에서 새들이 날아가다 맥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 이들도 있다. 단체는 다리 인근에 새로 설치된 통신 전깃줄이 화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체가 발견되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전깃줄이 설치됐고, 절단된 채 발견됐다는 점에서 전깃줄에 부딪혀 떨어져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전력공사에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천 중상류에서 산탄총에 맞아 폐사한 천연기념물 원앙의 모습. 연합

앞서 제주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엽총에 맞고 숨진 원앙 떼죽음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범법행위가 제주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와 연관이 있다는 강력한 의심을 버릴 수 없다”며 “원앙 집단 서식이 진입도로 공사에 방해요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흙탕물이 대거 강정천에 유입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원앙 서식지 등 강정천의 생태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제주도와 환경청·문화재청은 전문가 조사를 통해 이 일대를 천연기념물 서식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경찰은 총기류 불법 소지자의 소행을 열어두고 있다. 총기 반출이 불가능한 시기에 원앙 폐사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 사용하지 않는 구형 산탄총을 범행에 이용했다는 이유다. 현재 원앙이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된 강정천 중상류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수사 중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