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방제업체 세스코가 퇴직자들을 상대로 사찰한 뒤 이를 문건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세스코’가 오르내리며 파문이 일고 있다.
MBC는 세스코가 이 회사에 퇴직자와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퇴직 이후 삶을 몇 분 단위로 감시하고 작성한 사찰 문건, 이른바 ‘동향 조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스코는 ‘시장조사팀’이라는 곳에 맡겨 감시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 MBC가 입수한 보고서는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57쪽 분량이다. 2017년 1월 ‘동향 조사 실적’을 보면 감시 대상자에 세스코 전직 직원 58명이 기록돼 있다.
보고서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모두 담겼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4월15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출근 중인 이모(36)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돼 있다. 오전 5시45분 이씨의 거주지 앞 도착을 시작으로 차량과 우편함을 일일이 감시하고 이씨가 편의점에 갔다가 차를 타고 출발하는 모습까지 5분에서 10분, 짧게는 1분 간격으로 이씨의 움직임이 촘촘히 기록됐다.
사찰은 퇴직자뿐 아니라 퇴직자의 가족에게까지 이뤄졌다. 보고서엔 퇴직자의 어머니 차량과 연락처, 어머니가 운영하던 민박집까지 기록돼 있다. 심지어 창고와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일하는 퇴직자 아버지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점심으로 중국요리를 먹었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유리창에 이슬이 맺힌 거로 봐서 차량이 어제부터 주차돼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담겼다. 개인 우편물 내용도 촬영해 보고했다. 세스코 전 직원들은 “불쾌하다” “소름 돋는다” “배신감 느낀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스코 측은 MBC에 “사내에 ‘시장조사팀’이라는 조직은 없으며 따라서 사찰 보고서가 작성될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세스코는 또 직원이 입사할 때 ‘비밀보호와 겸업 금지 서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이는 퇴직 이후 5년 동안 경쟁 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뒷장에는 ‘서약서를 위반해 비밀을 침해한 경우 5억 원을 조건 없이 배상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 영업비밀보호 각서와 보충각서까지 있다. 이후 세스코는 직원들에게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영업비밀보호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