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의 검찰 직접수사 대폭 축소…“이제 정권수사 못한다”

입력 2020-01-13 20:47 수정 2020-01-13 21:36
연합뉴스

법무부가 13일 반부패·공공수사 등 검찰 직접수사 부서를 줄이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방안의 직제 개편을 발표한 취지는 이른바 ‘주목받는 사건’에 쏠린 검찰권을 민생 범죄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하는 의미도 들어 있다. 이 같은 개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이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터 여러차례 예고했었다.

수사 일선에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범죄는 지능화·고도화하는 실정인데 검찰의 수사력을 꺾는다는 것이다. 개편에 따라 사라질 수사부서 중에는 그간 검찰이 전문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애써온 조세범죄, 식품의약, 증권범죄수사 관련 부서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대폭 개편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를 위한 노력은 2017년 8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특별수사 줄이기’를 말한 뒤 본격화했다. 문 전 총장은 전국 41개 지청의 특별수사 전담 부서를 폐지했고, 2018년에는 창원지검과 울산지검의 특별수사부가 사라졌다. 이후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해 10월 검찰 자체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 방안은 특별수사의 영역을 넘어 ‘직접수사 줄이기’로 폭이 넓어졌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12일 대검찰청에 “직접수사 부서 41곳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직제를 개정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대검이 되묻고 법무부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시한부 부서’에는 공공수사부 강력부 외사부 등이 포함됐다. 국정감사 때마다 수사 성과를 채근받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수사전담 부서들도 이때 폐지가 예정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직제개편 추진을 전격 발표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 “결국 집권세력을 수사했기 때문에 없애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없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검찰개혁의 대전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어마어마하게 인력을 투입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직접수사의 폐해가 문제가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범죄는 고도화되고 특별수사도 그에 맞춰 발전했다”며 “특수부가 줄어들면 검사 입장에서 보고 배울 곳도 없어지고, 윤 총장이 강조한 ‘범죄 대응능력’도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현직 평검사는 “결국 ‘정권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왜 죄없는 이들을 수사해서 이 모양이냐”고 자조했다. 흑색선전 등이 없지 않을 총선을 앞두고 공공수사부가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검찰 직제 개편이 과연 형사부와 공판부의 업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제시된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형사부서를 10~20% 늘린다고 해서 사건 처리가 과연 얼마나 빨라지겠느냐”며 “민생 때문이라는 것은 명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단행될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 인사가 바뀐 직제에 따라 날 수도 있다고 본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