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3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방안을 재차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의혹의 핵심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청와대와 자료 제출 관련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0일부터 발부된 압수수색영장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의 자료만 요청했지만, 청와대 측의 반발로 아무런 증거자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 불능’이 된다면 이번 사례는 이명박정부 이후 검찰과 특검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도 청와대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2번째 사례로 남게 된다. 청와대가 임의제출 형식의 수사 협조마저 거부한 것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명박정부 이후 검찰과 특검은 8차례에 걸쳐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이 중 6차례는 임의제출 방식을 택해 수사에 협조했다. 아무런 자료도 내주지 않은 건 이번을 포함해 2차례다. 앞서 청와대는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던 박영수특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시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때 청와대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했고, 박영수특검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 청와대가 임의제출 형식까지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박영수특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청와대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는데, 특검에서 ‘그렇게 하면 곤란하고 직원들이 입회해 같이 가져오는 방식으로 하자’고 맞섰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박영수특검은 증거자료 확보에 실패했다.
임의제출이란 수사 대상자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확인한 뒤 해당 압수물을 스스로 내놓는 방식을 뜻한다. 수사인력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 영장 범위 내의 압수물을 확보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차이가 있다. 대통령의 거주지이기도 한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강제집행이 이뤄진 전례가 없었다. 자료를 내주더라도 압수수색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임의제출 형식을 따랐다.
실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 수사부터 최근 서울동부지검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수사까지, 청와대 내부의 증거자료들은 대개 제3의 장소에서 검찰과 특검 측에 전달됐다. 상호 확인 하에 자료의 목록을 일일이 확인해 가며 넘겨지는 방식이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상호 협의를 통해 임의제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울산 공공병원 관련 자료 제출 등을 둘러싼 검찰과 청와대의 협의가 완만하지 못하다면, 이번 사례는 이명박정부 이후 청와대가 임의제출 방식까지 거부한 첫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 12일 “2016년 10월에도 자료를 제출받았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전례 중 현재와 가장 유사한 상황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 당시였다는 얘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사를 위해 압수해야 할 목록이 적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