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현대모비스, 순조로운 리빌딩에 봄농구도 바라본다

입력 2020-01-14 04:01 수정 2020-01-14 04:01
울산 현대모비스 김국찬. KBL 제공

프로농구(KBL) 역다 최다 우승(7회)을 차지한 최고의 명문팀이자 디펜딩챔피언 울산 현대모비스는 시즌 초반 두 국가대표 선수들을 내보내며 일찌감치 ‘리빌딩’을 선언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가 당장 올시즌부터 봄농구에 진출할 기세다.

현대모비스는 13일 현재 15승 18패로 부산 KT와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한때 8위까지 순위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KT가 에이스 허훈의 부상 여파로 지난달 17일 이후 2승 10패를 기록하며 부진한 틈을 타 어느덧 플레이오프 진출권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11일 현대모비스가 국가대표 듀오인 라건아(31)와 이대성(30)을 전주 KCC로 넘기고 리온 윌리엄스(34)와 김국찬(24), 박지훈(31)과 김세창(23)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현대모비스의 올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30대 노장들이 주축인 현대모비스에 젊은 선수들을 추가한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결정이었다. 또한 이대성이 올 시즌 종료 뒤 보상선수 없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전력은 크게 내려갔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크게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KCC 시절 원석이라는 평가를 받던 김국찬이 이적 이후 경기당 평균 12.2점을 넣으며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곧바로 만개했다. 12.2점은 그의 트레이드 대상이던 이대성(동기간 12.1점)보다 높은 기록이다. 박지훈도 이적 뒤 경기당 평균 27분을 뛰며 5.3득점으로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에는 상무에서 전준범(29)까지 전역한다.

대체 외국인선수로서 지난달 6일 KBL 데뷔전을 치른 미국프로농구(NBA) 신인왕 출신 에메카 오카포(37)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오카포는 골밑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며 경기당 평균 1.4개의 블록슛(리그 2위)을 기록 중이다. 또한 궂은일에 능하고 한국에서 잔뼈가 굵은 윌리엄스가 꾸준히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들의 체력을 빼놓고 있다. 윌리엄스와 오카포라는 준수한 골밑 자원들이 40분 내내 코트를 뛰어다니는 만큼 국내 선수들은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영광의 시대를 함께한 두 베테랑들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KBL 역대 최고의 가드 양동근(39)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경기당 9.7득점 4.2어시스트로 여전히 준수한 기록을 올리고 있다. 포워드 함지훈(36) 또한 8.5득점 4.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진행된 트레이드 이후 현대모비스는 팀득점 리그 9위(74.5점)에 그쳤지만 실점(75.3점)은 KBL에서 가장 낮은 탄탄한 수비력의 팀이 됐다. 현대모비스의 강수가 현재와 미래 모두를 잡은 ‘신의 한수’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