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취임 일성으로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인권수사’를 강조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7월 배성범 지검장 부임 이후 5개월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뤄져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정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수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법령을 준수해 줄 것도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민생과 관련된 검찰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능도 작동 돼야한다”고 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 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강조한 가운데 이 지검장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사건 등 ‘정권 겨냥’한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2년 후배인 이 지검장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1년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던 지난해 9월에는 김오수 차관과 함께 대검 간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는 제안을 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앙지검을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수사를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수사를 직접 챙기며 이끌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인사가 수사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10일 검사장들에게 “중요 사건은 검사장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지휘, 감독을 해달라. 특히 진행 중인 중요 사건에 수사, 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법무부의 직제 개편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간부 필수보직 기간은 1년이지만 직제가 개편될 시 인사를 낼 수 있다.
만일 직제 개편이 ‘정권 겨냥’ 수사팀에 대한 대규모 인사로 이어질 경우 수사 연속성, 공소 유지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간간부급 인사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수사팀 관계자에 대한 인사가 단행된다면 수사 차질이 불가피 하다”고 했다. 현직 부장검사는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