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김기수 위원…“文 대통령이 법 무시해 특조위 파행”

입력 2020-01-13 16:31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김기수 변호사가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특조위에 사퇴서를 제출하기에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의 추천으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후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 단체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김기수 특조위 비상임위원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위원은 13일 특조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임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에 대한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특조위가 파행되는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임명을 6개월간 지연해 분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은 “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은 대통령의 특조위원 임명기한을 못 박아 두었는데 이를 대통령이 직접 무시했다”며 “법이 보장한 야당의 추천 권한과 저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추천권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추천하여야 하고, 대통령은 추천된 사람을 즉시 임명해야 한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김기수 비상임위원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특조위 건물에서 열린 회의에 출석하려다 세월호 유가족의 제지를 받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위원은 문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해온 전국공무원노조 특조위 지부의 집단행동을 방치하며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임명된 후 세월호 유가족 및 단체들의 제지로 특조위에 한 번도 출근하지 못했다. 김 전 위원은 “세월호 유족과 5·18 피해자로 주장하는 이들에 갇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욕설과 모욕을 당한 채 감금돼 특조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이 사태를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참사’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대통령의 신임행위까지 송두리째 무시할 수 있는 특조위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조직인가”라며 “상대편이면 무조건 흠집 내고 편을 가르는 것이 특조위에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은 특조위 사무실에 사퇴서를 제출하며 문 대통령의 임명장도 함께 반납했다. 그는 “마녀사냥에 굴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행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자신을 반대해온 특조위 직원들과 참여연대 선임간사를 국가공무원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