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얼굴 없는 천사’ 성금을 훔쳐 달아난 범인을 붙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보자가 포상금 전액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북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등은 천사 성금 절도범 제보자가 지난 2일 오후 주민센터를 찾아 경찰로부터 받은 포상금 전액을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제보자는 지난달 30일 천사 성금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탐문을 나온 형사들에게 용의차량 번호가 적힌 메모를 건넨 인물이다. 범행 4~5일 전부터 물 묻은 휴지로 번호를 가린 SUV 차량이 주민센터 인근에 세워져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번호를 기록해뒀다.
경찰은 이 메모에 적힌 차량을 추적해 절도범 2명을 각각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찰은 제보자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지난달 31일 경찰청장 표창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다만 제보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제보자가 포상금을 기부한 지난 2일은 경찰이 회수한 천사 성금 6016만3510원을 주민센터 쪽에 되돌려준 날이기도 하다. 제보자는 “지역 주민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는 짤막한 바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송동주민센터는 범인 검거로 되찾은 천사 성금과 제보자의 포상금을 합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성금은 관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년 동안 성탄절 전후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상자를 놓고 사라진 남성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와 함께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8000여만원을 두고 갔다. 아직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한 차례도 밝히지 않았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