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땅거북 구해낸 ‘번식왕’ 은퇴… 40년간 800마리 낳아

입력 2020-01-13 13:45
동족 번식 프로그램을 마친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 연합뉴스

왕성한 번식력으로 동족을 멸종 위기에서 구해낸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가 임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귀향한다.

AFP 통신은 40여년 동안 동족 살리기 임무를 수행해온 100살 땅거북 디에고가 오는 3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산타크루스섬 번식센터를 떠나 고향인 갈라파고스 제도 에스파뇰라섬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0년대 갈라파고스의 여러 땅거북 중 디에고의 종족인 ‘켈로노이디스 후덴시스’ 종은 남획으로 인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1976년까지 서식지인 에스파뇰라섬 전체에서 생존이 확인된 개체는 수컷 2마리, 암컷 14마리에 불과했다.

이들 종의 개체 수 문제는 땅거북들이 모래를 파낸 자리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또 다른 멸종위기 조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섬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땅거북들은 자연번식을 하지 못했다. 에스파뇰라섬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였다.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측은 인위적으로 땅거북을 한데 모아 번식에 집중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러면서 수십년 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보내졌던 디에고를 번식센터로 다시 데려왔다. 다른 땅거북 14마리와 함께 동족을 멸종위기에서 구해내라는 특명을 준 것이다.

번식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켈로노이디스 아빙도니’ 종의 마지막 남은 수컷 ‘외로운 조지’의 경우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짝짓기에 실패한 바 있다.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 ‘외로운 조지’는 2012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몸길이 90㎝에 몸무게 80㎏에 달하는 디에고는 동족 수컷 중에서도 특히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디에고는 40여년 동안 800여마리의 자손을 배출해냈다. 디에고의 번식력에 힘입어 멸종위기이던 동족은 2000마리까지 늘어났다.

100살이 된 디에고는 이제 번식 프로그램에서 은퇴하고 고향인 에스파뇰라섬으로 귀환한다. 미국으로 떠난 지 80년 만의 귀환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디에고의 은퇴에 대해 “에스파뇰라섬 거북이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개체 수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디에고의 자손이 아닌 거북이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