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서약 합니다” 삼성그룹 임원 1380여명 서명

입력 2020-01-13 11:51 수정 2020-01-13 14:06
13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김현석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왼쪽부터)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3일 전사 차원의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고 준법경영 의지를 다졌다.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은 이날 오전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행사에서 준법실천 서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나머지 삼성전자 임원 890여명은 전자서명 등으로 동참했다.

이 서약식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외부 감시기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내부 절차다. 서약 주요 내용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고법 재판부의 권고로 출범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 1차 공판 당시 정준영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은 총수, 최고위 임원들이 계획적으로 가담한 뇌물 범죄다. 재발방지를 위해선 실효적인 준법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이 부회장 등을 향해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법과 원칙의 준수가 조직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법경영 서약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장단과 전 임원이 서약한 것은 조직의 책임자는 법·원칙에 저촉되는 어떤 의사결정이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대내외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외부에서 뇌물 등 불법적 요구가 있을 때 임원들은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도 회사별로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임원도 순차적으로 서약에 동참할 예정이다. 서명에 참여하는 인원은 삼성전자 임원을 포함해 모두 1380여명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가 이달 중 이사회를 거쳐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협약을 맺는 7개 계열사는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감독을 받게 된다.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를 파악하고 직접 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제시한다. 준법감시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경우 삼성 내부의 윤리 경영 수준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보여주기’용 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