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특정세력에 충성하는 검찰을 만드십니까”

입력 2020-01-13 10:26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대로 검사장 간부들의 이동이 이뤄진 13일 오전 9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정희도 대검찰청 감찰2과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올린 고언이었다. 정 과장은 이번 인사를 “특정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 같은 인사가 중간간부급 인사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는 검찰을 특정세력에게만 충성케 하려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정 과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정 과장은 글에서 “1월 8일자 검사 인사 내용은 충격적이었다”며 “이번 인사는 ‘특정사건 수사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인사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 1항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인사였다는 비판이었다.

정 과장은 추 장관을 향해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게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 규정은 ‘검찰총장과 사전협의 내지 검찰총장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장관님은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하였다’라고 말하셨다”고 했다.

추 장관이 지난 10일 “특별수사단 설치시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특별 지시한 데 대해서도 정 과장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 지시는,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 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별수사단 사전승인’을 법제화하시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심의기구를 만들어 해당 기구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서만 불승인을 할 수 있다는 등의 견제장치를 두라는 제안이었다.

정 과장은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향후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하신다면, 저는 장관님께서 말씀하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인사가 또 이뤄진다면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계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하고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