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첫 출근길에서 문자메시지 논란과 정권 수사 차질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짙은 남색 양복과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얼굴엔 미소를 띤 채 질문하는 기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55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했다. 그는 타고 온 차량에서 내리며 주변 직원들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이 지검장을 기다리고 있던 한 직원이 그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이 지검장은 ‘현 정권 겨냥한 수사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문자메시지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미소만 띠운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서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8일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이 지검장을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 대한 개입 의혹 등의 수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 지검장은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를 전후해 인사 대상인 대검찰청 고위 간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때문에 논란을 빚었다. 그가 전보 대상자에게 조롱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내용의 부분에는 약을 올리는 듯한 표현이 들어가 있고, 중간에는 독설에 가까운 험한 말이 들어가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는 문자메시지 전문을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게 됐다. 이른바 ‘검찰 빅4’ 보직 중 3곳을 거치게 된 셈이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부임과 함께 청와대·여권 상대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