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미 접촉, 호르무즈 파병 결론내나…트럼프 “한국 부유한 나라”

입력 2020-01-12 18:30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미가 이번 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호르무즈해협(이란이 통제하는 원유 수송 루트) 파병 문제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거듭 요청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해 호르무즈해협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는 결정을 곧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을 갖는다.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호르무즈 파병과 해를 넘긴 SMA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좌초될 위기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한국은 호르무즈 파병에 신중한 입장이다. 강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 관련 질의에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 나라와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입장이 미국과 다를 수 있다고는 했지만, 미국의 강한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도 어렵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식의 파병이 현재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일본처럼 독자적인 활동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호르무즈해협과 이어지는 오만만 등지에 자국 선박의 안전을 위해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초계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도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약 5800억원)를 줬다. 그들은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이 지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이어서 양국 대표단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강 장관의 이번 방미 때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 및 한·일 외교장관회담 개최도 조율 중이다. 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