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조두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에게 “그냥 둘 수는 없다” “징계 관련 법령을 찾으라”고 문자메시지로 지시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가 이뤄질 것인지 법조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추 장관은 “명을 거역했다”는 발언으로도 윤 총장의 항명을 공식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추 장관이 일부러 문자메시지를 사진기자들에게 내보였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인사에 의견을 내지 못한 일이 징계 사안이 될 것이란 시각은 드물다. 반대로 검사장급 인사 협의 과정에서 인사안을 보이겠다던 약속을 어긴 쪽이 오히려 법무부이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검토가 수사방해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도 내부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나 징계청구를 심각하게 검토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12일 “국무총리의 지시 등이 있어 법무부가 관계 법령을 검토하긴 했지만 형식적 차원”이라며 “일부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징계 청구에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권자가 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이 실제 법무부 장관의 징계를 받은 전례는 없다. 2013년 혼외자 파문이 일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 직후 스스로 물러났다.
검찰은 “인사안을 봐야 인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요청한 윤 총장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검찰청법에 따라 의견 개진을 충실히 하기 위해 인사안을 거듭 요청했던 것”이라며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 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에서는 “현 정부 들어 평검사의 이의제기권 보장을 위해 여러 제도가 개선된 판에, 검찰총장의 정당한 요청은 존중되지 못했다”는 항변까지 나온다.
윤 총장에게 ‘항명’이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검찰 측의 주장 근거는 법무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 전날인 지난 7일 밤 대검에 “검찰과장에게 인사안을 들려 보내겠다”고 했고, 인사 당일인 8일 아침에도 “인사안을 보내겠다”고 연락했다. 법무부는 이 발언을 취소하지는 않았는데, 끝까지 최소한의 인사 자료도 전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윤 총장이 인사안을 기다린 것을 항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다른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만일 윤 총장을 감찰, 징계한다면 국민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부터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의 역린을 건드린 국정원 댓글 사건을 맡아 수사하다가 동료 후배 검사들과 함께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을 전전했다. 현 여권은 당시 청와대의 윤 총장에 대한 인사를 크게 비난했었다.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법무부가 정치적으로라도 윤 총장의 징계를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검찰 인사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가 생략된 위법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총장임기제를 도입한 취지에도 반하고 자칫 수사 외압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7년 민주화의 산물로 1988년 정착됐다. 제22대 김기춘 전 총장 이후 제42대 문무일 전 총장까지 21명의 총장 중 8명만이 2년의 임기를 채웠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