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이란 수출도 작년 88.6% ↓
미국과 이란이 ‘최악 상황’을 피해가고 있지만, 중동 지역에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져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갈등의 전면에 나서면서 시아파 무슬림이 거주하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미국과의 국지적 충돌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중동 지역 수출기업과 이들에 수출보험을 지원한 정부의 고민이 깊다. 수조원 규모의 ‘중동 지역 채권’이 자칫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보에서 중동 국가 11곳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 금액 중 유효계약액(채권)은 총 19조5798억원에 이른다. 이 채권은 한국 수출기업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무보가 지원한 자금이다.
해외 바이어가 한국 기업에 물품을 주문한 뒤, 도산 등의 이유로 대금을 내지 못하면 타격을 입는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될 수 있는 한 대금지급 가능성이 큰 선진국으로의 수출을 선호한다. 중동 지역 등 대금지급이 불투명한 곳으로의 수출은 피하게 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무보는 해외 바이어가 대금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에 수출대금을 주고, 대신 중동 바이어에 대한 채권을 갖는다. 정부는 올해 수출 회복과 수출 다변화 지원을 명목으로 수출기업에 지원하는 수출금융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23조5000억원 늘어난 240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사례처럼 예기치 않은 충돌이 불거지면 ‘중동 지역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무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4조2585억원, 이라크에 6440억원, 이스라엘에 3235억원, 레바논에 812억원 등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이란 영토를 폭격하면 UAE의 두바이, 이스라엘 하이파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이란이 보복공격을 감행한 미군기지가 있는 이라크, 시아파가 다수 살고 있는 레바논 등에서도 분쟁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무보가 보유한 중동 지역 채권 가운데 5조원가량의 회수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한편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2억59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8.6% 줄었다. 이는 이란의 상위 20대 수입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여파로 해석된다. 이란에게 한국은 수입국 14위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