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귀하게 써주십시오.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꾼으로 성장해 줬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입니다.”
90대의 나이에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사연이 방송에 소개된 할머니가 반백년전에 눈을 감은 남편을 기리는 장학금을 전남대에 기부했다.
12일 전남대에 따르면 광주에 사는 장경례(93) 할머니가 지난 10일 전남대를 찾아 훌륭한 학생을 키우는 데 써달라며 2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현물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름은 ‘평강 채씨 채규빈 장학금’이라고 붙여졌다.
장 할머니는 2016년 90세의 나이에 영어 공부에 나선 사연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된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한 뒤 6남매를 키우느라 꿈을 펼치지 못하고 뒤늦게 영어 공부에 도전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마흔여섯에 혼자가 된 후 평생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할머니는 “내 생애 마지막 숙제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장학금 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홀로 자녀를 키우며 문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장학금 명칭은 문중과 남편의 이름을 함께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은 “여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장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고인의 존함과 문중의 이름이 더욱 빛나도록 훌륭한 인재 양성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