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에 ‘선배님’ 붙이기, 물음표 금지… 신입생이 지킬 것”

입력 2020-01-12 15:27 수정 2020-01-12 16:09
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

전북지역의 한 대학교 재학생들이 신입생을 상대로 연락·복장·인사 규정을 만들어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은 해당 학교 재학생 혹은 신입생으로 추정되는 A씨가 SNS에 올린 폭로 글에서 시작됐다. A씨는 “신입생 공지 내용”이라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여기에는 재학생 선배로 보이는 한 학생이 ‘신입생 공지. 캠퍼스 내에서 지켜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장문의 글이 담겨있다.

연락, 복장, 인사로 나눈 안내 사항에는 각각 5~6개의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먼저 연락 양식을 소개하면서는 쉼표, 물음표, 느낌표 등 이모티콘 사용을 금지했다. 또 오전 0시부터 9시 사이에 연락할 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연락할 시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사과를 꼭 덧붙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SNS에 공개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메시지 캡처.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날짜가 바뀌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누구입니다’(인사하기)” “말끝마다 선배님(혹은 교수님) 붙이기” “술 마시면 반부대(반 부대표)에게 연락, 반부대는 선배한테 연락” “어디서 누구랑 몇시부터(마시는지 보고하고), 집 갈 때 간다고 연락” 등의 규정도 있다.

복장 양식에 대해서는 스키니 바지를 비롯해 찢어진 바지, 일자 바지, 흰 바지, 슬랙스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두와 키높이 운동화 같은 높은 굽 신발을 신지 말라고도 했다. 이때 양말을 꼭 신으라는 규정도 덧붙였다.

헤어스타일에서는 “머리 귀 보이게 묶기”라는 부분도 있다. 또 캠퍼스 내에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통학과 강의시간에는 허용해주겠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인사 양식은 일부만 공개됐다. 여기에는 “교수님, 조교 선생님, 학년순으로 인사” “교수님 계시면 선배들께 인사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3학년 선배가 있는 자리에서는 2학년에게 먼저 인사하지 말라고도 안내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터무니없는 규정들을 지적하며 대학가의 군대 문화를 지적했다. 이들은 “이게 바로 학교 망신” “요즘 군대도 이만큼은 아니다” “지금이 1980년대인 줄 아느냐” 등의 댓글을 달며 공분했다.

또 이 대학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시국이 어느 시국인데 저런 걸 하고 있느냐”며 “학교 이미지를 더럽히지 말라. 공부 열심히 해서 취직할 생각이나 하라”고 비판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문제의 글이 SNS에 게시됐다는 소식에 진상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건전한 학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