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워진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그동안 무슨 일이

입력 2020-01-12 14:07
12일 대구 중구 삼덕동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새 표지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한 시민이 훼손해 철거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중구 삼덕동)이 다시 설치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대구 중구 등에 따르면 새 표지판은 지난해 10월 기존 안내판이 있던 자리에 3년여 만에 다시 설치됐다. 한글과 영문으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고만 적혀 있었고 크기도 작아졌다.

앞서 철거되기 전 안내판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을 기념해 중구가 설치한 것이다. 가로 70㎝, 세로 240㎝ 크기로 박 전 대통령이 꽃다발을 든 채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과 생가터를 소개하는 글이 함께 담겨 있었다.


철거 직전 박근혜 생가터 안내판에 붉은 색 페인트 스프레이가 칠해진 모습. 국민DB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안내판을 훼손했고 훼손 사실을 확인한 중구는 바로 안내판을 철거했다. 이후 한동안 안내판 재설치 반대 목소리가 있었고 중구는 3년여 동안 안내판이 있던 자리를 비워뒀다.

표지판이 다시 설치된 것은 지역 한 보수단체의 민원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보수단체의 표지판 재설치 민원이 이어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1인 시위도 벌였다. 중구는 기존 안내판이 있던 자리가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안내판을 세우려면 땅주인의 허락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원이 이어지자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표지판을 다시 설치했다.

중구 관계자는 “재설치 민원이 잇따라 땅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건물 옆 교통표지판에 A4 용지 2장 크기의 표지판을 달았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단체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서는 “작은 표지판 설치 정도는 실무자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치적인 입장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1950년 12월 12일 대구 계산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지금의 생가터(동성로 인근)에 신혼집을 마련했고 1년 뒤인 1952년 2월 2일 이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옛 모습은 남아있지 않고 생가터 주변으로 의류매장 등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대구=글 ·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