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 최악의 성차별 발언 2위는 아베, 1위는?

입력 2020-01-12 13:49 수정 2020-01-12 14:06
시민단체가 뽑은 2019 최악의 성차별 발언 1,2위에 오른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일본 시민단체가 뽑은 최악의 성차별 발언 정치인으로 2년 연속 1위로 뽑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아소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적 발언에서의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하 모임)이 2019년 정치인의 성차별 발언에 대해 누리꾼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득표율 34.1%를 기록한 아소 부총리가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아소 부총리가 지난해 2월 저출산·고령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일본인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다.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노인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지난해 최악의 성차별 발언으로 꼽혔다.

모임은 아소 총리의 발언이 여성의 건강·생식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남녀를 떠라 건강·생식의 문제는 타인이 지도하거나 나라를 위한 일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아니어도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부총리는 그동안 성차별적 발언을 자주 했다. 2년 전 재무성 차관이던 후쿠다 준이치가 방송사 여성 기자에게 성폭력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을 때는 “그런 발언을 들어서 싫으면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가면 되지 않냐. 재무성 담당 기자를 모두 남자로 하면 된다. 만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다가 비난받았다.

1위를 놓지지 않는 아소 부총리 때문에 2위에 머문 아베 총리 역시 성평등 의식이나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평소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며 개각 때 여성 국회의원을 요직에 임명하거나 사회 지도층에 여성이 비율이 높아지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의원 선거 유세 과정에서 투표를 독려하며 “아버지도 연인에게 권해서, 어머니는 옛 연인을 찾아내서 투표함이 있는 곳으로 가서…”라고 발언했다가 이번 투표에서 23.2%로 최악의 발언 2위에 올랐다.

모임은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이 결혼과 연애에 관해 “성별에 따라 이중 기준을 적용했으며, 기혼 남성의 혼외 연애를 전제로 했다”고 비판했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아베 총리가 ‘여성을 경시하고 있다’ ‘가족관이 비뚤어져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잘못된 가치관을 토대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실망·분노의 의견을 함께 제출했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를 비롯해 내각의 주요 인사들 역시 평등 의식이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 지난해 최악의 성차별 발언 8건을 뽑은 이번 투표에서 아소 부총리와 아베 총리에 이어 3위 히라사와 가쓰에이 자민당 중의원의원(11.4%), 4위 미쓰야 노리오 자민당 중의원의원(11.1%), 5위 사쿠라다 요시타카 자민당 중의원의원(7.9%), 6위 마시코 데루히코 민진당 참의원의원(4.7%), 7위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4.3%), 8위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중의원의원(3.3%)이 순위에 랭크됐다. 이나다 의원은 여성이면서 성차별적 발언 최악의 순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