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지난해 日 최악의 성차별 발언

입력 2020-01-12 13:35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지난해 일본 내 최악의 성차별 발언자로 봅혔다.

대학 교원 등으로 구성된 ‘공적 발언에서의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은 지난해 나온 일 본 정치인의 성차별 발언에 대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아버지도 연인에게 권해서, 어머니는 옛 연인을 찾아내서 투표함이 있는 곳으로 가서…”라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 득표율 23.2%로 ‘최악의 발언’ 2위에 올랐다고 11일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7월 중의원 선거 유세 과정에서 투표를 독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임은 이 발언이 결혼과 연애에 관해 “성별에 따라 이중 기준”을 적용한 것이며 “기혼 남성의 혼외 연애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아베 총리가 여성을 경시하고 있다’ ‘가족관이 비뚤어져 있다’ 등의 비판과 함께 문제가 있는 가치관을 토대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실망·분노의 의견을 함께 제출했다고 모임은 전했다.

최악의 발언을 한 정치인 1위는 득표율 34.1%를 기록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었다. 그가 작년 2월 저출산·고령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노인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이들이 많이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문제의 발언으로 꼽혔다.

모임은 이 발언이 생식의 건강·생식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투표한 이들은 아이를 낳을지 혹은 낳지 않을지는 생식의 건강·생식의 권리에 관한 것이며, 타인이 이에 관해 지도하거나 나라를 위한 일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모임은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망언 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부적절한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작년 같은 투표에서도 최악의 발언을 한 정치인 1위로 선정됐다. 아소 부총리는 재무성 차관이던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가 방송사 여성 기자에게 성폭력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을 때도 “그런 발언을 들어서 싫으면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가면 되지 않냐. 재무성 담당(기자)을 모두 남자로 하면 된다. 만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등의 언급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투표에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과 방위상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중의원 의원이 최악의 발언 7위와 8위로 선정되는 등 아베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이들의 문제 발언이 두드러졌다.

아베 총리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며 개각 때 여성 국회의원을 요직에 임명하거나 사회 지도층에 여성이 비율이 높아지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각 주요 인사들의 성평등 의식이나 인권 감수성은 목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