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240% 글로벌 부채…한은 “불어난 유동성, 금융불안”

입력 2020-01-12 13:23

글로벌 부채가 금융 위기를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글로벌 부채 규모는 이미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질렀다. 선진국은 경기 부양 ‘실탄’ 확보를 위해 정부가 부채를 늘리는 한편 신흥국에선 기업들이 경기 악화 충격을 부채로 흡수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는 신흥국의 금융 부실을 기점으로 전 세계 금융 불안 ‘도미노’를 부를 수 있다. 여기에 저금리 환경에서 풍부해진 ‘유동성 폭탄’은 고위험·고수익으로 몰려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잠재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12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2020년 이후 글로벌 경제 향방을 좌우할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올해 급부상 중인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부채를 지목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각국의 통화완화적 경기부양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이전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내외 수준이던 글로벌 부채가 지난해 상반기 중 240%대 초반까지 확대됐다”며 “채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부채 통계가 제공되는 43개국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부채를 키우는 주범은 ‘정부’와 ‘기업’이었다. 우선 선진국에선 미국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2008년부터 완만하게 줄어든 반면 정부 부채는 증가세가 뚜렷했다. 저성장·저물가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면서 정부의 경기부양 부담이 부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신흥국에서는 기업 부채가 ‘골칫덩이’다. 글로벌 교역망이 위축되면서 빚을 내 연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규모는 2013년 전후로 이미 선진국을 앞질렀다. 한은은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의 기업 부채 규모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향후 중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과도한 부채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은 부채 수준이 높아질수록 향후 정책 대응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흥국 역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국이 많아 금융 부실 우려가 크다. 여기에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늘어난 유동성은 손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자산으로 쏠려 ‘거품 폭탄’을 키우고 있다.

이밖에 한은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봤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홍콩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