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무단결석과 조퇴를 눈감아준 고등학교 담임교사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교사는 해임 징계가 과도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김광태 민정석 이경훈 부장판사)는 정씨가 청담고 2학년이던 2013년 담임교사였던 황모씨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2016년 말, 서울시교육청은 청담고에 대한 특정감사를 통해 정씨가 2학년 재학 당시 무단결석 17일을 포함해 53일을 결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학년의 절반 이상을 4교시가 끝나기 전에 조퇴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담임이던 황씨는 정씨의 무단결석이나 이유 없는 조퇴에도 정상적으로 출석한 것처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씨가 승마대회에 출전하거나 무단으로 해외에 출국한 날에 청담고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했다고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어 교사인 황씨가 정씨에게 2013년 1학기 말 문학 과목의 태도 부문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부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이유로 황씨는 2017년 4월 해임 징계를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재판한 1·2심은 ‘황씨가 정씨에게 출석과 관련한 특혜를 준 것은 정당한 징계 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생의 출석 일수는 진급을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요인이고 담임교사는 학급 학생들의 출결상황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도 황씨는 정씨가 수시로 결석·조퇴한다는 점을 알면서 학교 체육부에서 통지받은 일정과 대조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2학기에는 아예 체육부에서 정씨의 대회·훈련 일정을 통보받지 않았는데도 관련 상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결석·조퇴를 모두 ‘출석’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같은 시기 다른 체육특기생들의 연간 결석일수가 30일 수준인 점도 언급하며 황씨가 정씨의 출결 상황 확인 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정씨가 체육특기생의 평균적인 결석일수보다도 훨씬 결석을 많이 했음에도 담임교사인 황씨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씨는 정씨의 결석날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재한 것이 전산상의 문제라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특혜를 줄 고의가 없었다거나 최서원씨 등에게 금품을 받지 않았으니 해임은 너무 무거운 징계라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황씨는 출결 상황을 관리하는 기초자료인 출석부도 제대로 작성·관리하지 않았다”며 “학생을 평가하는 기초자료인 생활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는데 이는 공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황씨가 정씨에게 태도 부문 수행평가 점수로 만점을 준 부분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체육특기생이라고 해도 평소 수업 참여도를 평가하는 태도 점수에서 만점을 받는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정씨의 수업 태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 근거 없이 성적을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임의 징계 수위가 적당하다는 판단은 바꾸지 않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