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왕좌 지킨 오만 국왕 79세로 별세…사촌이 승계

입력 2020-01-12 08:30
이슬람왕국 오만의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국왕(술탄)이 작년 1월 14일(현지시간) 오만 수도 무스카트의 왕궁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이슬람 왕국 오만에서 50년 동안 권좌를 지킨 국왕(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79)가 별세했다. 후계자로는 사촌인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문화유적부 장관이 즉위했다.

오만 국영 통신 ONA는 현지 시각으로 10일 오전 술탄 카부스가 별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구체적인 사인을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긴 투병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벨기에에 방문했다가 재발한 결장암 치료를 위해 예정보다 빨리 귀국한 적이 있었다.

후계자로는 술탄 카부스의 사촌인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65)문화유적부 장관이 즉위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술탄 하이삼은 1980년대 오만 축구협회장을 역임한 스포츠 애호가다. 외교 분야의 직책을 주로 맡았던 그는 1990년대 중반 문화유적부 장관에 임명됐다.

1979년 영국 옥스포트 대학을 졸업한 그는 외빈을 맞이하는 장소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오만의 술탄국 기본법 5조에 따라 왕실은 술탄이 공석이 된 지 사흘 안에 후임 술탄을 골라야 한다. 술탄 카부스는 슬하에 자녀가 없다.

술탄 카부스는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지명하지 않았지만 1997년 인터뷰에서 후계자의 이름을 담은 봉투를 봉인했다고 밝혔었다. 봉투는 이날 개봉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술탄 카부스의 장례는 11일 수도 무스카트에서 국민적 애도 속에서 치러졌으며 왕실 묘역에 안장됐다.

1940년에 태어난 술탄 카부스 1970년 영국의 도움으로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오만을 50년간 통치했다. 중동의 전제군주제 국가 중 최장수 집권이다. 30세에 집권한 술탄 카부스는 국무 총리직과 재무장관, 국방장관, 외무장관직을 겸하면서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그는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국내 기반 시설과 군에 투자하며 국민에게 ‘르네상스 군주’로 불리며 추앙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