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현지시각으로 11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은 당선을 확정 지은 직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내세우는 중국을 향해 어떠한 위협에도 대만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 총통이 817만231표를 득표해 552만2119표를 얻은 중국 국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264만여표로 눌렀다.
57.1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15대 중화민국 총통에 당선된 차이 총통은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시행된 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로 기록됐다.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60만8590표(4.25%)를 얻는 데 그쳤다.
과거 투표에 소극적이던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투표 의지를 보인 이번 대선에선 1931만명의 유권자 중 1446만명이 투표해 74.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6년 대선 때 66.27%를 기록했던 것보다 높아진 수치다.
차이 총통은 당선을 확정 지은 직후 민진당 선거운동 본부 앞 무대에 올라 선거 승리를 선언하며 중국의 압력에 계속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번 선거가 열릴 때마다 대만은 민주․자유적 생활 방식과 국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줬다”고 한 차이 총통은 “이번 선거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대만이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을 때 대만인들의 결의를 더 크게 외치리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는 절대로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차이 총통은 “선거 결과야말로 가장 분명한 답안이다. 중국이 대만의 민의를 존중하고 중화민국 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평화롭고 평등한 방식으로 양안 간 모습을 처리하고 연제든 양안 간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이어 “평화와 평등, 민주, 대화 등 4단어가 양안 관계를 회복하는 키포인트며 양안 국민의 거리를 좁히고, 상호 이해와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이라며 “평화는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을 중단하는 것이고, 평등은 양측이 상호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 것이며 민주는 대만의 미래를 2300만 대만인이 결정하는 것이고, 대화는 양측이 마주 앉아 미래의 양안 관계와 발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 총통은 또 “대만 국민은 민진당이 계속해서 집권하고,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면서 “이는 지난 4년간 걸어온 방향이 올발랐다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절대로 승리했다고 해서 반성을 잊는 일을 하지 않겠다”면서 “더 나은 국가를 만들고, 개혁을 심화하고, 빈부격차를 개선하고, 또 국가 안보를 강화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에게 찬사를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차이잉원 박사의 대만 총통선거 재선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대만의 탄탄한 민주주의 체계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한 데 대해 대만인들에게도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은 자유시장 경제, 활발한 시민사회와 연동된 민주주의 체계 덕분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범이자 세계의 공익을 위한 세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논평은 대만을 자국 일부로 간주하고 분리나 독립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